인문학연구소에서는 ‘질병과 장애, 몸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제29회 정기학술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오랫동안 질병과 장애는 부정적이고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논의의 기저에는 내가 언제 질병에 노출되고 장애를 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죽음을 향한 여정이고, 누구나 노화를 통해 필연적으로 장애인 혹은 병자로서의 삶을 살게 됩니다. 질병과 장애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경험으로, 생애과정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실존적 조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과 장애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담론은 젊고 건강한 몸에 대한 예찬을 핵심으로 하여 질병과 장애를 기피와 배제의 대상으로 범주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비장애중심주의적 시각을 양산하고, 기능과 효율을 강조하는 의료산업 자본주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본 학술세미나는 건강과 병듦,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분석을 통해 질병과 장애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연구와 의료 현장에서 확인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적해보고자 합니다. 관심 있는 선생님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